조명전환(시간의 흐름) / 노래 전주
다리를 심하게 절룩거리던 학이 그만 제자리에 풀썩 주저앉는다.
학 : 아무래도 난 안 되겠어...
오늘이 : 어떡해... 많이 아프니?
학 : 아무래도 너희들끼리 가는 게 좋겠어.
오늘이 : 그건 안 돼. 널 여기 놔두고 우리끼리만 갈 수는 없어.
학 : 어차피 난 방해만 될 텐데...
오늘이 : 무슨 소리야?
나의 친구 - 오늘이 노래
내가 강님뜰에 솟아날 때부터
한 마리 학이 넘실넘실 날아와
한날개로 요를 만들어 깔아주고
한날개로 이불을 만들어 주던
너는 나의 꿈 나의 소중한 친구
매일이 : 그래, 어서 힘을 내. 우리가 도와줄게. 자.
오늘이 : 같이 가야돼 갈수있어
매일이 : 얘들아 이쪽으로 가야대
매일이와 뽀글이가 학의 양쪽에서 크고도 무거워 보이는 날개를 받쳐 든다. 다시 길을 떠나는 일행.
원천강 가는길 3 <모래밭, 이무기 사는곳>-BGM & 作唱.
아니리 : 저런 저런... 쯧쯧쯧, 가엾어라. 힘을 내야 해요.
(作唱) 원천강 원천강 햇빛따라 달빛따라 원천강을 가는 구나 거친 들판을 질나갈때면
솨아솨아 뒤뚱뒤뚱 솨아뒤뚱 솨아뒤뚱 자세를 낮추고 발끝을 세워 쪼르르르르, 쪼르르르르.
쉿! (음악전환, 이무기 등장 ) 이제 조심해야 해요. 여기가 바로 청수바닷가 모래밭이거든요.
천년 묵은 이무기가 살고 있는 곳이에요. 이무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요?
이무기 : 어, 저게 뭐야? 저건 사람이잖아. 아이들이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고,
하나, 둘, 둘, 둘 다음에 뭐지? 아~ 둘! 아무튼 난 사람을 좋아해. 얼른 잡아먹어야지.
꿀꺽. 어, 그런데 뭐야? 하나는 새잖아.
잘 됐어. 저건 후식으로 먹어야지. 가만 있자, 그럼 내가 이러고있을 게 아니라 숨어야지.
숨긴 숨어야 되는데, 여긴 모래밭이라 숨을 데도없고, 게다가 난 너무 몸이 크잖아. 에라 모르겠다,
그냥 엎드려 있자!
오늘이와 세 친구가 등장한다.
오늘이 : 난 다 봤어. 어서 일어나.
이무기 : 이, 이무기 없다.
오늘이 : 어서 일어나. 다 봤다니까.
이무기 : (여전히 몸을 웅크리고서 얼굴을 가친 채로) 그, 그럼 그냥 지나가. 제발 날 모른 척 해줘.
오늘이 : 안 돼, 우릴 좀 도와줘.
이무기 : (벌떡 일어나며) 뭐? 내 도움이 필요하다구?
매일이 : 으악!
이무기 : (덩달아 놀라며) 으악!
매일이 : 괴, 괴물이다!
이무기 : (울상을 지으며) 내 이, 이럴 줄 알았어! 이럴 줄 알았다구...
오늘이 : (이무기에게 다가서며) 괜찮아, 우릴 무서워하지 마.
이무기 : 하지만 난...
매일이 : 넌 겁쟁이로구나.
이무기 : 무슨 소리야? 난 이래뵈도 이무기라구!
오늘이 : 그래, 넌 겁쟁이 이무기지.
매일이 : 뭐, 이무기? (이무기를 찬찬히 살펴보며) 이무기라면 전설 속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로,
용이 되기 이전의 여러 해 묵은 구렁이를 말하는 건데... 대충 비슷한 거 같기도 하구...
넌 몇 년 묵었다고 했지?
이무기 : 천년. 왜?
매일이 : 이상하네.
이무기 : 뭐가?
매일이 : 이무기는 차가운 물속에서 오백년 동안 지내고 나면 용으로 변신한 다음, 우르릉 꽝!...
이무기 : 아이, 깜짝이야!
매일이 : ...하는 굉음과 함께 폭풍우를 집어타고서 하늘로 올라간다고 하던데...
그런데 넌 용이 안 됐잖아.
이무기 : (눈물을 글썽이며) 그래서 날 무시하는 거니?
매일이 : 아, 아니야, 그냥 네가 안 되어 보여서.
이무기 : 난 내가 용이 못된 게 정말 창피해. 그래도 난 반드시 멋진 용이 될 거야.
오늘이 : 너 품에 안고 있는 거, 그거 여의주니?
이무기 : (불안한 표정으로) 응. 왜?
오늘이 : 그게 다 여의주란 말이야?
매일이 : 우와, 예쁘다!
이무기 : 아, 안돼! 이건 내 거야!
이무기가 급히 뒷걸음질을 치다가 여의주들을 놓칠 뻔 한다. 허겁지겁 여의주를 부여안는 이무기.
이무기 : 그동안 난 여의주를 부지런히 모았다구. 색깔 별로.
빨주노초파남보, 보남파초노주빨. 눈에 보이는 여의주란 여의주는 다 모았지.
오늘이 : 알고 보니 넌 겁쟁이에다 욕심까지 많구나.
이무기 : 네가 뭐래도 상관없어. 난 여의주가 필요하다구.
오늘이 : 그런데 왜 넌 용이 못됐니?
이무기 : 나도 그게 이상하다는 거야. 다른 이무기들은 여의주를 하나만 입에 물고 있어도 용이 되는데, 난...
이무기의 꿈 - 이무기의 노래
빗방울 소리 잠을 깨우면
난 기지개 펴며 하늘을 보네
자줏빛 구름 나를 부르고
푸르른 갈대 손을 흔드네
난 날아갈 테야
저 무지개 넘어
날아갈 거야
내 꿈을 찾아 (2 bis)
오늘이 : 너무 실망하지 마. 언젠가 넌 반드시 용이 될 거야.
학 : 그래, 넌 정말 멋진 용이 될 거야.
이무기 : 말만이라도 고마워.
다들, 이무기를 안아주며 위로해준다.
이무기 : 참, 아까 나한테 뭘 도와달라고 한거 같은데.
오늘이 : 응. 네가 우릴 좀 도와줘.
우린 저 청수바다를 건너가야 하거든.
난 그곳으로 돌아가야 해. 그리고 여기 내 친구가 많이 아파.
이무기 : 누가...?
학 : (애처로운 눈길로) 내가... 아퍼...
오늘이 : 그래서 우린 청수바다를 건너갈 수가 없어.
이무기 : 알았어. (비장한 표정으로) 내가 너희들을 등에 태우고 가겠어.
오늘이 : 저, 정말? 정말 그렇게 해줄 수 있겠니?
이무기 : (더욱 비장한 어조로) 음!
오늘이 : 위험할 텐데...
이무기 : (마침내 결심했다는 듯이 한결 비장하게) 아, 아냐! 난 할 수 있어! 어서 가자구!
오늘이 : 이무기야, 정말 고마워.
이무기 : 흠흠, 천만에.
매일이 : 넌 보기보다 아주 착한 친구로구나. (게다가 아주 용감하네)
이무기 : 암, 그렇구말구. 혹시 알아? 착한 일을 하면 여의주가 하나 더 생길지...
매일이 : 타자! 잡아!
이무기 : 얘들아 가자~~
이무기가 엎드리자 오늘이, 학, 매일이가 차례로 등에 올라탄다.
바다를 헤치고 나아가는 오늘이와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