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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는 역대 임금들 가운데 괄목할 만한 업적을 많이 남긴 명군이었다.
무엇보다도 대대로 왕조를 괴롭혔던 지식인 신하들의 고질적인 파당정치를
그의 결단력과 빼어난 지도력으로 탕평해버렸다.
태평성대였다.

아들은 어려서 시를 지을 만큼 총명했고, 무술을 좋아했으며 정치적 감각까지 있었다.
너끈히 왕위를 이을만했다.
그러나 사도가 왕세자 의식을 치루고 난 다음부터는 늙은 왕은 매사에 의심이 많아졌다.
아버지는 아들의 모든 것이 못미덥고 못마땅했으며,
아들은 항상 자신의 위대한 치적과 비교하며 그를 꾸짖는 아버지가 싫었다.
그가 두렵고 무서웠다.
어느 날 사도는 갑자기 혼자 깔깔 웃더니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비밀스럽게 지켜보는 눈들이 많은 궁궐에서 날이 갈수록
점점 이상해지는 세자의 행동거지들이 국왕에게 보고되지 않을 리가 없다.
하루는 세자가 아무 까닭없이 궁녀들을 죽여버린 사건이 왕의 귀에 들어왔고
그와 세자빈 홍씨는 어전에 불려가 문초를 당한다.
그 일이 있고나서 사도세자는 궁궐을 몰래 빠져나와 평양으로 도망쳤다.
시정잡배들, 기생들과 아름다운 대동강에서 질탕하게 놀고 또 온갖 광태를 다 부리고
한달 만에 그는 아내 곁으로 돌아왔다.

차기 왕좌에 앉을 사람으로 지목된 세자의 이와 같은 부적절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은
윤리가 목숨보다 중요하게 여겨져 왔던 이 유교국가에 조야를 막론하고 엄청난 정치적 스캔들이 되었다.
누구보다도 이런 못난 아들을 둔 영조는 자신이 치욕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마침내 그가 결단을 내렸다.
궁궐 깊숙이 위치한 휘영전에 불려간 왕세자와 세자빈은 왕조가 부여한 모든 지위와 명칭이 박탈되고,
죄인이 되었다. 진조가 그의 허연 수염을 부르르 떨게 하였다.
잠시 후 가을 서리같이 준엄하고 차가운 명령이 떨어졌다.
'너는 죽어야 한다. 너, 죄인! 깨끗이 자결하라.'

그러나 왕세자는 아버지의 옷자락 끝을 붙들고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하였다.
세자는 그 빈 쌀통에 강제로 집어넣어졌다.
살려달라는 세자의 비명이 그 뒤주 통에서 쉴 새 없이 터져 나왔고, 새어 나왔고.. 잦아들었고
궁궐은 죽은 듯이 조용했다. 9일 후에 그는 죽었다.

갓 열 살난 소녀로 세빈이 되어 들어갔던 궁중에서 이제 죄인이 된 홍씨는 세 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쫓겨나왔다.
그 아들이 커서 조선조 역사에 가장 찬란했던 시대를 기록케한 두 명의 왕 가운데 하나인 정조 대왕이 된 것이다.

오늘은 기쁜 날이다.
모질고 잔인한 운명을 살아낸 국왕의 어머니가 회갑을 맞이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혜경궁 홍씨는 뒤주에서 9일 동안 새어나왔던 남편의 비명소리를 평생 잊지 못했을 것이다.
그 가증스러운 운명의 한가운데서 그녀는 '피로써 썼다.'
쓰지 않으면 죽을 수 밖에 없는가.
이런 필사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슬픔의 한가운데서 쓴 글.
'한중록'은 오늘날 조선궁중문학의 백미로 꼽히고 있다.
1795년 정조는 60번째 생일을 앞둔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수행원 1,800여명을 거느리고 어머니의 생일잔치를 성대하게 치러드린다.
오늘은 마침내 기쁜날이다.

○ 글/황지우

  • 등록번호 A015051
  • 기록 분류기타>복원,재현>가무악 
  • 기록 일시2010.12.19 - 2010.12.19
  • 기록 장소국립국악원 예악당
  • 소장처국악아카이브실
  • 기록유형음향
  • 저장매체DAT
  • 열람 조건다운로드 신청

내용

○ 2010 국립국악원 대표브랜드 송년공연: 궁중연례악 <왕조의 꿈, 태평서곡>[12.19.]의 첫 번째 프로그램

○ 팸플릿 수록 내용
영조와 사도세자 그리고 혜경궁 홍씨 이야기
○ 나레이션/미상(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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