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흥보 마누라 혼자 앉아 우는 것이 가난타령이 되었것다
[진양조]
'가난이야, 가난이로고나 원수년으 가난이야 잘 살고, 못 살기는 묘 쓰기어가 매었는가?
삼신 제왕님이 짚자리으 떨어칠 적으 명과 수복을 점지를 했나? 어이하면 잘 사드란 말이냐? 박복한 년으 내 신세야. 다른 집 여인들은 팔월 가절이 오날이라 어린 자식을 곱게 곱게 입히어 선산 성묘를 보내는디
나는 무슨 팔자건디 삼순구식을 못 허고 살게 되니 이런 팔자가 어디가 있나?' 퍼버리고 앉어 울음을 운다
[아니리]
이렇다시 설리 울 제, 그 때여 흥보는 친구와 어울려 술 한잔 얻어먹고, 자기 집 문전을 당도허니 안에서 울음소리가 낭자허거늘 흥보가 그냥 들어갈 수 없고, 자기 마누래를 달래러 한번 들어가 보는디
[중중모리]
흥보가 들어간다 박흥보가 들어가며 자기 마누래를 달래는디
'여보게, 이 사람아! 집안 어른이 어디 갔다가 집안이라고 들어오며, 우루루루 쫓아나와 영접허는 게 도리 옳제
자네가 이렇게 설리 울면 동네 사람이 아니 부끄런가? 우지 말고 이리 오소. 이리 오라면, 이리 와요. 배가 정녕 고프거드면 지붕 위로 올라가서 박을 한 통 따다가 박속은 끓여 먹고, 바가지는 팔어다가, 양식 팔고 나무를 사서 어린 자식들을 구완허세 우지 말고 이리 와.'
[아니리]
흥보가 지붕 위로 올라가서 박을 톡톡 튕겨보니, 칠팔월 찬 이슬에 박이 꽉꽉 여물었것다
흥보가 박 세 통을 따다 놓고 한 통을 미리 타는디 박 타는 데 무슨 소리가 있으리오마는
그래도 한번 해 보든 것이었다.
[진양조]
'시리리리리렁 실건 톱질이로구나. 에이여루, 당그여라. 시르르르르르 실건 실건 톱질이야.'
'이 박을 타거드면, 아무 것도 나오지를 말고서, 밥 한 통만 나오너라! 평생의 밥이 포한이로구나.'
'에이여루, 당그여라. 시르르르르르.'
'가난이야 가난이야 원수년으 가난이야. 가난도 사주에가 있는거나. 산수 글러 가난헌가.
산수 글러 가난허면 아주버님은 잘 사시고 우리만이 못 사는 산수 세상천지 어디서 보았소.'
'에이여루, 당그여라 톱질이야. 시르르르르르'
'여보게, 마누라' '예'
'톱소리를 자네가 맡소. 톱소리를 내가 맡자헌들, 배가 고파서 못 맡겄소.'
'배가 정 고프거드면, 초매끈을 졸라를 매고 기운 차게 당거주소'
'시리렁 시리렁 시리렁 시리렁 시리렁 실건 당그여라 톱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