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악>성악>판소리>수궁가 이전 다음

2018 토요명품공연: 한국의 악가무[08.04.] - 02. 판소리 <수궁가> 중 ’자라 호랑이 만나는 대목’

49 0 0

[아니리]
그때여 자래가 세상에를 나가 한 곳을 살펴보니 온갖 짐생들이 모다 모여 있거늘,

'옳다, 저기는 응당 토끼가 있을 터이니, 내 한번 불러보리라.'

허고 부른다는 것이 수로만리를 아랫 턱으로 밀고 오자니 아랫 턱이 빳빳허여가지고

토 자가 살짝 늘어지더니 호 자가 되었든가 보더라

"저기 저기 토, 호, 호, 호생원 계시오"허고 불러노니,

첩첩산중 호랑이가 생원 말 듣기는 지 평생 처음이라, 반겨 듣고 내려오는디,

[엇모리]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송림 깊은 골로 한 짐생이 내려온다.

누에머리를 흔들며, 양 귀 찌어지고,

몸은 얼쑹덜쑹, 꼬리는 잔뜩 한 발이 넘고,

동아 같은 뒷다리, 전동 같은 앞다리,

쇠낫 같은 발톱으로 엄동설한 백설격으로 잔디 뿌리 왕모래를 좌르르르르 흩으며,

주홍 입 쩍 벌리고

'홍앵앵'허는 소리 산천이 진동, '홍앵앵'허는 소리 강산이 뒤눕고,

땅이 툭 꺼지는 듯.

자래가 깜짝 놀래어 목을 움치고 가만히 엎졌을 제,


[아니리]
호랭이가 턱 내려와 보니, 아무 것도 없고 누어 마른 소똥 같은 거밖에는 없것다.

"옴마 이것이 날 불렀는가?

두루평판에 부쳐놓은 부꺼미 같다마는, 고순내가 아니 나니 그도 아니요,

누어 마른 쇠똥 같으면 요참 소낙비에 비 맞은 터가 있을 터인디, 그도 아니요,

이것이 무엇인고 이리 보아도 둥굴둥굴, 저리 보아도 둥굴둥굴, 둥굴둥굴 우둥굴아!"

허고 불러도 대답이 없겄다.

하늘을 보고, 땅을 보더니,

"옳다. 이거 하느님 똥이다. 하느님 똥 먹어놓으면 약 된다는디,

어디 한 입가심허여 볼까나?"

먹자는 통에 자래가 저기 저 속에서 입부리만 겨우 열어가지고,

"여보시오! 당신이 뉘라 하시오?"

'이크! 이것 봐라.

보리둥치 속에 배암 잡어 넣어 논 것 같이 생긴 것이, 니가 나허고 통성명을 허자고'

"오, 나는 이 산중 지키는 호생원 어른이로다.

너는 명색이 무엇인고?"

자래가 호랑이란 말을 듣더니 겁 짐에 바로 일러버렸것다.

"예! 나는 명색이 자래새끼요!"

호랑이 반기 듣고


[중중모리]
"얼씨고나 절씨고. 절씨구나 절씨고.

내 평생 원허기를 왕배탕이 원일러니, 오늘날 만났구나.

맛진 진미를 먹어보자. 으르르르르르 어흥!"

허고 달려드니,

자래 듣고 깜짝 놀래어,

"아이고 나 자래 아니오!"

"이놈, 그러면 무엇이냐?"

"내가 두꺼비요!"

"두꺼비 같으면 더욱 좋다.

너를 산 채로 불에 살라 술에 타 먹었으면 만병회춘 명약이라니,

내가 그저 너를 먹으리라."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내가 두꺼비도 아니고 옳제 남생이오!"

"남생이 같으면 더욱 좋다.

습기에는 제일이라 허니, 너를 산 채로 먹으리라."


[아니리]
별주부 듣고 기가 맥혀 혼잣말로 허는 말이,

"워따 이 급살 맞어 죽을 놈이 동의보감을 얼마나 달통을 허였간디,

보는 대로 약 취해 먹기로만 드니, 이제는 하릴없이 죽었구나."

'에라, 내가 기왕 죽을 바에는 패술이나 한 번 써보고 죽어야 쓰것다.' 허고,

목을 길게 내놓으며, "네 이놈 호랑아, 내 목 나간다!"

호랑이 깜짝 놀래,

"이크, 이거 그만 나오시오, 그만 나오시오.

여보시오, 아, 이렇게 나올랬다가는 하루 수천 발 나오겄소.

도대체 당신 명색이 무엇이오?"

"오, 나는 수국 전옥주부 공신 사대손 별주부 별나리로다!"

무식헌 호랑이가 자래 별 자를 알 리가 있으리오.

'별 별 별나리? 아, 그거 조그만헌 것이 직품은 장히 높은디?'

"별나리 같으면 어째서 목이 들어갔다 나왔다 뒤웅치기를 잘 하시오?"

"이놈! 내 목 이 모양 된 내력을 이를 테니 들어 보아라."


[자진모리] [Jajinmori]
"우리 수국 퇴락허여 영덕전 새로 질 제, 일천팔백 칸 기와를 내 손으로 올리다가,

추녀 끝에 뚝 떨어져 뱅뱅 내려오다, 목으로 잘칵 꺼꾸러져 이 모양이 되었기로,

명의다려 문의한즉, 호랭이 쓸개를 열 보만 먹으면 목이 직효한다기로

우리 수국 도리랑 귀신 잡어 타고 호랭이 사냥을 나왔다가,

명나라 들어가 곤륜산 호랑이, 수양산 호랑이 잡어 먹고,

구룡산 영산 화산 아미산 봉래산 돌아들어 겨우 두 마리 먹은 후에,

동해로 건너와서 황해도 들어가 구월산 호랑이,

함경도 들어가 백두산 호랑이, 강원도로 들어가서 금강산 호랑이 잡어 먹고,

서울로 들어가 삼각산 호랑이,

전라도로 내려와서 지리산 호랑이 잡어 먹고,

해남으로 내려가면 열 마리 채울 게 있다기로 너를 찾아 예 왔노라.

쓸개 한 보 못 주겠느냐? 도리랑 귀신 게 있느냐?

비수검 드는 칼로 이 호랑이 배 갈러라!"

앞으로 바싹 달려들며, '도리랑 도리랑 도리랑'허고 달려들어 그냥

호랭이 아래를 꽉 물고 뺑 돌아노니, 호랑이 꼼짝달싹을 못허고,

그 육중한 놈이 자래에게 매어달려서 애걸을 허는디,


[중모리]
"비나니다. 비나니다. 별나리 전에 비나니다.

내가 오대 독신이오.

사십이 이미 넘어 오십이 장근토록 슬하 일점혈육이 없소.

만일 내가 죽게 되면 손세를 막게 되오니

원통한 일이 아니오며, 불효삼천에 무후위대라 허였으니, 선영의 득죄가 망극허오.

차라리 이것 대충으로 내 왼 눈깔이나 하나 빼 잡수시오!"

"이놈, 안 될 말이로다.

아생연후의 살타라니, 잔말 말고 쓸개만 내놓아라!"

"아따, 여기만 놓아주면 당장에 쓸개를 드리리다."


[아니리]
쓸개 주겠다고 놓아달라는 것이 반죽음은 된 모양이라.

물었든 호랭이 아래를 슬그머니 늦춰주니


[휘모리]
호랑이 몽구렸다 후닥닥 뛰어갈 제,

급한 난리 화살 닫듯, 오림에서 조조 닫듯,

조총에서 철환 닫듯,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그저 인홀불견 간 곳 없네.

0
  • 기록 분류민속악>성악>판소리>수궁가 
  • 기록 일시2018-08-04 15시
  • 기록 장소국립국악원 우면당
  • 소장처국악아카이브실
  • 기록유형동영상
  • 저장매체스토리지

내용

○ 2018 토요명품공연: 한국의 악가무[08.04.]의 두 번째 프로그램

○ 팸플릿 수록 내용
판소리는 한 사람의 소리꾼이 창과 아니리[말], 발림[몸짓]을 섞어 긴 이야기를 노래하고 고수가 북 반주를 곁들이는 극음악으로, 18세기 이후 발달한 최고의 예술성을 지닌 음악으로 꼽힌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이자 세계유네스코위원회의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오늘 불리는 '자라 호랑이 만나는'대목은 <수궁가>의 한 대목으로, 토끼의 간을 구하기 위해 육지에 나온 자라가 처음으로 호랑이를 만나는 장면이다.

○ 출연/국립국악원 민속악단
- 판소리/이주은, 고수/정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