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발가
젊어청춘 좋은그때 엊그젠줄 알았더니 오날보니 늙었구나
검던머리 희여지고 곱던얼굴 추악하야
무주과객 글이되니 원수야 원수가 따로없고
백발이 모두 다 원수로구나
이놈의 백발을 내가 막어보랴 허고
한 손으로 철퇴를 들고 또 한손으로는 몽치를 들어매고
아무리 치고 격퇴를 허여도 무정세월은 가는구나
등장가자 등장가자 하나님전으로 등장가자
젊은이들은 늙지를 말고 늙으신 양반은 만수무궁 하시라
오날 전하러 등장가자
사후에는 만반진수를 차려놓고 통곡을 헌들 통곡헌줄을 알겄냐
먹는줄을 아느냐 우는줄을 아느냐 살았을적에 탁주일배를 못당허니
세월아 가지마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는다
아까운 청춘들만 늙는것이 아니라 장안호걸들도 다 늙는다